디자인은 역사적으로 예술과 기술의 융합 속에서 발전해 왔고, 최근에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과거에는 디자이너가 수많은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시안을 하나하나 만들어야 했지만, 이제는 텍스트 입력만으로 수백 개의 이미지와 레이아웃이 자동 생성되며, 디자인 과정의 효율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미드저니, 달리(DALL·E), 피그마 등 다양한 AI 도구는 아이디어 발상부터 초안 제작, 브랜딩 디자인까지 디자이너의 손을 덜어주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디자인 업계에 두 가지 시사점을 던진다. 하나는 생산성과 창의성 향상이라는 긍정적 효과이며, 다른 하나는 인간 디자이너의 역할 축소에 대한 우려다. 실제로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에서는 일자리 감소가 나타날 수 있지만, 동시에 AI 활용 능력과 창의성을 겸비한 디자이너는 오히려 더 주목받게 된다. 디자인+AI라는 복합적 역량이 요구되며, 이는 과거 웹디자인 시절 디자이너가 코딩 능력을 갖춰야 했던 흐름과 유사하다.
AI는 디자인의 효율성을 극대화하지만, 최종 결정과 브랜드의 정체성을 부여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디자인은 단순히 시각적 결과물이 아니라 문제 해결, 의미 부여, 사용자 감성에 깊이 관여하는 창작 활동이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는 AI가 만들어낸 다양한 시안을 전략적으로 선별하고, 브랜드 일관성을 지켜가며, 감성적 가치를 더하는 역할로 진화해야 한다.
결국 디자이너의 미래는 AI와의 '공진화(co-evolution)'에 달려 있다. AI가 반복 작업을 맡고, 인간 디자이너는 고차원적 기획과 감성, 통찰력을 통해 창의성을 발휘하는 구조가 강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디자이너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서 ‘문제 해결사’로 재정의돼야 하며, AI는 창의성을 확장시켜 줄 도구이자 협력자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AI 시대에도 디자인의 본질은 여전히 인간 중심의 창의성과 통찰에 있으며, 그것이야말로 디자이너가 가야 할 길이다.
윤준탁 IT 칼럼니스트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1446
“국내 고령친화 제품, 디자인 더해져야 국제경쟁력 갖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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