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명식 한국디자인고령센터 대표는 국내 고령친화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디자인’이 반드시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고령자 제품들이 보험기준 내에서 제작되어 디자인이 소외되고 있으며, 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닌 배려 부족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팡이, 보행기 등 주요 복지용품의 디자인이 기능 중심에만 머물러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고령자 역시 ‘소비자’가 아닌 ‘삶의 주체’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디자인이 단순한 외형이 아니라, 사용자와 환경,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시스템 설계라고 설명했다. 보호자, 요양보호사 등 함께 사용하는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고려한 디자인, 즉 ‘보이지 않는 연결성’까지 아우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그는 2022년 한국디자인고령센터를 설립하고, 고령자 디자인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정부 정책 측면에서도 그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내 고령 디자인 전담 부서 신설, 고령친화 우수제품 심사 시 디자인 항목 도입 및 디자이너 참여, 디자인 컨설팅 지원 확대, 보건복지부 주관 디자인 공모전 신설 등을 제안했다. 특히 복지의 개념을 넘어, 디자인을 통해 고령자 산업을 하나의 브랜드로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령 디자인의 철학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나이에 따른 차별 없는 디자인, 둘째, 해를 끼치지 않고 도움을 주는 디자인, 셋째, 고령자가 직접 참여하는 디자인, 넷째, 직관적이고 오래 쓸 수 있는 지속가능한 디자인이다. 이 원칙은 단지 고령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최근 영국 왕립예술대학(RCA)을 방문해 헬렌 햄린 디자인센터와 고령디자인 연구소의 활동을 소개했다. 영국에서는 고령자 친화적 디자인이 생활 곳곳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으며, 스타트업과 디자이너의 협업을 통한 실증 기반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도 디자인을 국가 차원의 고령사회 전략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디자인고령센터는 현재 고령자의 인지기능을 높이는 디지털 게임 ‘청춘로’, 모듈형 욕실 디자인, 고령자 디자인 공모전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특히 ‘청춘로’는 손 운동, 기억력, 판단력 향상 기능이 포함된 체험형 게임으로, 데이터 기록과 사용자별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살아 있는 플랫폼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고령자 산업의 기업들과의 활발한 협업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의 경우 디자인 리소스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만큼, 한국디자인고령센터가 이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시니어 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원문기사링크: https://bravo.etoday.co.kr/view/atc_view/16840